영화관에서 나오는 길에 귀가 멍했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나요? 저는 평소에도 큰 소리에 예민한 편이라 공연장이나 극장에서 종종 그런 경험을 합니다. F1 더 무비를 용산 아이맥스에서 봤을 때도 딱 그랬습니다. 서킷을 달리는 엔진 사운드가 가슴을 파고드는 느낌은 분명 압도적이었지만, 후반부에는 결국 에어팟을 착용하고 영화를 봤습니다.

F1 더 무비 줄거리 — 소니 헤이스가 돌아온 이유
영화의 주인공은 소니 헤이스입니다. 한때 F1(포뮬러 원) 무대에서 무모하지만 천재적인 드라이버로 불렸던 인물인데, 스페인 그랑프리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고로 커리어가 강제 종료됩니다. 여기서 그랑프리란 포뮬러 원 시즌 중 각국에서 열리는 개별 레이스 이벤트를 뜻하며, F1 월드 챔피언십은 한 해에 20개가 넘는 그랑프리로 구성됩니다(출처: Formula 1 공식 사이트).
30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소니는 세계 각지의 모터스포츠를 떠돌며 운전대를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랜 친구이자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APEX GP 팀의 오너 루벤의 요청으로 F1 복귀를 결심합니다. 팀 창단 첫 1위라는 목표를 안고서요.
여기서 팀 동료인 조쉬와의 관계가 영화의 핵심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재능은 있지만 자기중심적인 조쉬는 소니를 처음엔 노인 취급합니다. 실버스톤에서 열린 영국 그랑프리에서 두 선수는 피트 스톱(pit stop) 직후 동반 리타이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합니다. 피트 스톱이란 레이스 도중 드라이버가 패독 안의 피트 레인으로 진입해 타이어 교체, 연료 보충, 차량 수리 등을 받는 절차를 말합니다. 평균 2~3초 안에 마무리되는 이 작업이 순위를 완전히 뒤바꾸기도 합니다.
소니가 팀 지시를 어긴 건 사실이지만,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그게 단순한 반항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드라이버로서의 자존심, 그리고 팀을 1위로 이끌겠다는 본능이 그를 움직이게 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오히려 팀원들에게 분노를 터뜨린 조쉬의 반응이 더 미성숙하게 느껴졌고, 이 장면에서 두 캐릭터의 차이가 선명하게 갈립니다.
헝가리 그랑프리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시퀀스 중 하나입니다. 소니는 세이프티 카(Safety Car) 제도를 철저히 이용합니다. 세이프티 카란 트랙 위에 사고나 장애물이 발생했을 때 모든 드라이버가 고속 주행을 멈추고 뒤를 따르도록 유도하는 차량입니다. 이 구간에서는 추월이 금지되는 대신, 타이어를 교체하러 피트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됩니다. 소니는 이 타이밍을 계산해 혼란을 조성하고, 결국 APEX GP 사상 최고 순위를 기록합니다.
관람 전에 F1을 잘 모르는 분이라면 아래 개념만 알고 가셔도 충분히 따라가실 수 있습니다.
- 그랑프리: 각국에서 열리는 F1 개별 레이스
- 피트 스톱: 레이스 중 타이어 교체 등을 위해 잠시 멈추는 절차
- 세이프티 카: 사고 발생 시 속도 제한을 위해 투입되는 선도 차량
- 소프트/인터 타이어: 노면 상태에 따라 선택하는 타이어 컴파운드 종류
용산 아이맥스 관람 후기 — 직접 겪어본 사운드 이야기
저는 F1 더 무비를 용산 CGV 아이맥스에서 봤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사운드만큼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용산 아이맥스는 국내 다른 지점과 비교했을 때 12채널 사운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서 채널이란 스피커를 배치하는 음향 트랙의 수를 의미하며, 숫자가 높을수록 소리가 더 입체적이고 넓게 공간을 채웁니다. 일반 영화관이 주로 5.1채널이나 7.1채널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경험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엔진 굉음이 터질 때마다 좌석이 울릴 정도였고, 저처럼 큰 소리에 민감한 분이라면 중간부터 귀가 피로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후반부에 에어팟을 끼고 봤는데 그게 오히려 소리를 적당히 잡아줘서 집중이 더 잘됐을 정도입니다. 큰 소리를 잘 못 견디시는 분이라면 용산 아이맥스 대신 일반 아이맥스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좌석 위치도 중요합니다. 제가 봤을 때는 인기가 한창일 때라 앞쪽 자리를 배정받았는데, 아이맥스의 대형 스크린에서 앞좌석은 시야각이 너무 넓어 오히려 피로감이 생깁니다. 아이맥스 상영관의 경우 전체 좌석의 중간에서 약간 뒤쪽에 위치하는 것이 최적의 시야각을 확보하는 데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CGV 공식 사이트). 다시 볼 기회가 생긴다면 저는 무조건 뒷자리를 선점할 생각입니다.
4DX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멀미가 심하고 좌석이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아이맥스를 선택했습니다. 4DX란 좌석 진동, 바람, 물 등 물리적 효과를 영상과 동기화한 체험형 상영 방식입니다. F1 레이싱의 역동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분께는 분명히 좋은 선택이겠지만, 무조건 4DX여야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아이맥스만으로도 현장감은 충분했습니다.
F1에 관심이 없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레이싱 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소니와 조쉬의 관계, 팀의 성장 서사만으로 충분히 몰입이 됩니다. 로맨스 비중이 크지 않고 레이싱 자체에 집중한 것도 제가 이 영화를 좋게 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엔딩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분들도 있고, 오픈 엔딩이라 좋았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깔끔하게 닫히지 않은 결말이 오히려 속편의 여지를 열어두는 것 같았고, F1 시즌 2가 나온다면 당연히 또 챙겨볼 것 같습니다.
F1 더 무비는 결국 레이싱 영화라기보다 두 드라이버가 서로를 완성시켜 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삐걱대던 소니와 조쉬가 점점 서로를 끌어올리는 과정을 보면서, 제가 직접 서킷 옆에 서 있는 것 같은 간접 체험을 했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극장이 아니더라도 꼭 한 번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보고 나서 F1 실제 시즌을 찾아보게 된다면, 그건 이 영화가 제 역할을 다 한 셈입니다.
F1 더무비는 애플TV, 티빙, 웨이브, 유튜브, google play 무비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